티스토리 툴바


블로그 이미지
인생이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wire

공지사항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믹시

나의 몸과 피를 팝니다.

2009/08/10 14:28 | Posted by wire

정식 직장을 갖기 전 누구나 아르바이트를 해봤을 것이다. 대학생에게 있어서 최고의 아르바이트는 전액 장학금이라는 말이 있듯이, 등록금이 워낙 비싸져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 뿐만 아니라 등록금까지 마련해야 될 정도다.
아르바이트의 종류는 정말 많다. 흔하게는 술집, 커피숍 등에서의 서빙, 초ㆍ중ㆍ고등학생 과외, 공사장 막노동 등 그외에도 다양한 아르바이트가 있다. 아르바이트의 종류에 따라서 임금도 달라지는데,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은 쉬우면서도 시급 혹은 일당이 높은 것들이다.
그렇다면 생동성시험 아르바이트가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생동성시험에 따라 일정이 다르지만 대부분 2주 동안 1박 2일 두 번 하고 30여만원을 받기 때문이다.

생동성시험이란
생동성시험은 쉽게 말하면 시판되지 않은 약의 효능을 알아보는 것이다. 임상시험과 모든 실험을 다 끝내고 최종적으로 사람에게 투여했을때 부작용혹은 거부반응이 나타나는지를 테스트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생동성시험을 할때는 약물을 복용하거나 3개월 안에 생동성시험에 응한 사람은 탈락된다.

생동성시험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신체검사를 통과해야만 한다. 키, 몸무게, 혈압, 담당 의사와의 문진, 피검사, 소변검사 등을 받고 이상이 없으면 생동성시험에 응할 수 있다.

생동성시험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방법이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 2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면 토요일 오후 5시까지 모여서 출석 확인과 주의사항을 듣고 6시에 저녁식사를 한다. 저녁식사가 끝나면 개인별로 물통을 하나씩 준다. 이후에는 물 이외에 아무것도 먹으면 안되고 특히 담배나 술은 절대 안된다. 밤 11시까지는 자유시간이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취침하면 된다.
다음날 오전 7시 정도에 일어나 물통을 반납하고 혈압을 잰다. 이때부터는 물을 포함한 아무것도 먹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약을 복용하기 전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체혈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체혈하기에 주사바늘이 들어갈 기구-정확하게 뭔지 잘 모르겠으니 사진 참조-를 꽂는다.

앞부분이 주사바늘로 되어 있어서 팔에 꽂혀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혈관에 꽂혀있다. 밑 부분에 주사바늘을 꽂아 체혈한다. 체혈이 끝날때까지 이걸 달고 다녀야 한다.


오전 7시 30분쯤 되어 약을 복용하는데 이때부터는 화장실에 가면 안되고 다리를 꼬고 앉거나 눕거나 졸거나 자면 안된다. 의자에 앉아서 책을 보면서 기다린다. 8시부터 체혈을 하는데 9시까지는 10분 단위로 진행되고 10시까지는 20분 단위로 진행되는데, 이때부터는 화장실에 갈수 있게 된다. 11시까지는 30분, 12시까지는 1시간 단위로 체혈하고 점심을 먹는다. 이때부터는 물을 자유롭게 마실수 있다.

순서대로 체혈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오후 2시에 체혈을 하면 이제 자세를 편하게 취할 수 있다. 단, 자더라도 머리가 하늘을 향해 있어야 한다. 오후 3시 30분쯤되면 마지막 체혈을 하기에 앞서 짐을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는다. 오후 4시에 마지막 체혈을 하면 팔에 달고 있던 것도 떼어낸다. 그리고 똑같은 일정으로 그 다음주도 진행한다. 이렇게 하면 생동성시험 아르바이트는 끝나게 된다.


쉽지만 씁쓸한 뒷 맛
생동성시험 아르바이트는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한다면 참 쉽다. 힘을 쓰는 것도 아니고 머리를 써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통제에 따라주면 된다.
하지만 생동성시험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나올때의 기분은 뿌듯하지 않고 왠지 모르게 씁쓸하기만 하다. 약 먹고 몸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주사바늘을 꽂고 다니면서 피를 뽑는데, 심하게 말하면 마루타 같다는 느낌도 갖게 된다. 주위사람들에게 생동성시험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면 '그거 마루타 아니냐, 안전한거냐'고 묻는다.
생동성시험은 마루타도 아니고 99% 안전하다고 하다. 하지만 역시 마음에 걸리는건 나머지 1%다. 설마 내가 그 1%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에 생동성시험 아르바이트에 참가한다.

생동성시험은 합법적이며 의학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고 생각보다 경쟁률이 세다는 현실을 보면 씁쓸함을 지울수 없다.
그것보다 더 씁쓸한 것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바로 지금의 현실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전 1 ... 84 85 86 87 88 89 90 91 92 ... 1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