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로 환승하기 위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30분 안에 환승해야 하는데 시간은 다 되어가고 버스는 오지 않아 초조한 마음에 버스가 오는 방향만 계속 바라봤습니다.
마침 시간이 학생들 하교하는 시간인지라 버스정류장에는 학생들로 그득했습니다.
다른 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요즘 학생들 참 말이 걸쭉합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한 문장에 육두문자는 필수 아이템 마냥 들어가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단어 사이에 빠짐없이 육두문자를 넣기도 하구요.
여학생들의 치마는 짧아서 시선을 둘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환승 때문에 버스 언제 오나 바라보고 있는데 하필 버스 오는 방향에서 학생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빨리 버스가 와서 이 곳을 뜨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그런데 그 때...
한 여학생이 길거리에서 갑자기 치마를 벗습니다. 시선을 고정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너무나도 충격적인 장면에 시선이 고정됐습니다.
왜 그 여학생은 길거리에서 치마를 벗었을까요?
이유는 교복치마 안에 더 짧은 교복치마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는 입지 못할 짧은 치마를 학교 밖으로 나와서야 드러냅니다.
그 여학생에게 두 가지 점에서 놀랐습니다.
첫번째는 아무리 안에 치마가 있었다고 해도 길거리에서 대범하게 치마를 벗었던 점, 두번째는 패션을 위해 짧은 교복치마를 더 입었다는 점입니다.
학생들의 언행을 볼 때면 섬뜩하기도 하지만 안타깝기도 합니다. 저렇게 해야 뭔가 있어보인다고 생각하는건지... 돌아보면 저 나이 때는 뭔가 강하고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센 맛이 있어야 멋이라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들면 그게 다 부질없고 별거없고 유치한 일이란걸 알게 되지요.
학생들만 탓할 수는 없습니다. 남자는 강하고, 여자는 섹시해야 멋있다고 강요하는 어른들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어른들이 만든 세계에 학생들이 물든 것이죠.
짧은 치마가 옳고 그름의 기준이 될수는 없습니다. 학생도 자신의 개성을 표출할 욕구와 권리는 있으니까요. 그래도 뭔가 아쉬움은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굳이 저 나이 때에 저렇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나 봅니다. 결국 저도 어른들의 편에 있을 나이가 되었고 세상에 물들었기 때문일겁니다.
어제 저녁에 있었던 일이다. 길을 가던 한 아이가 엄마에게 아빠 냄새가 난다고 한다. 근처에서 그 아이의 그 말을 들은 나는 '애가 아빠를 너무 보고 싶었나' 착각을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주위를 돌아보니 아이가 거리에서 맡았던 아빠 냄새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근처 빵가게의 달콤한 냄새, 붕어빵의 노릇한 냄새도 아닌 길가의 담배 냄새였다.
담배 냄새를 담배 냄새가 아니라 아빠 냄새라 말하다니... 아이의 말이 틀린건 아니지만 왠지 조금 씁쓸했다. 그러고보면 아이와 함께 있어도 담배를 물고 있는 아버지가 간혹 있다. 담배가 건강에 좋지도 않는데 애가 옆에 있을때는 좀 참아주면 안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 간접흡연도 무시 못할 정도로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하는데.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면 나는 아이에게 어떤 향기로 기억될까? 술, 담배 냄새로 기억되는건 슬플것 같다. 아이에게 향기로운 아빠로 남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다.
떡국 끓여 먹을려고 마트에서 떡국용 떡을 샀다. 그런데.. 우라질.. 두어번 먹을 떡국인데 이건 한달 내내 먹어야 할 분량이다. 그래도 떡국 먹고 싶은 마음에 과감하게 집어 들었다. 떡국도 하루 이틀.. 떡 라면도 하루 이틀..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떡!! 결국 떡볶이를 해 먹기로 결정했다. 나이 서른 넘어 떡볶이를 처음 만들어보니 인터넷 뒤져보고, 어머니께 물어봐서 첫 시도를 감행했다.
떡만 먹으면 질릴것 같아서 달걀 2개를 넣기로 했다. 1개라도 충분하지만 왠지 달걀이 땡긴다.
만드는 방법
1. 달걀 삶기 세상에 달걀도 처음 삶아본다. 인터넷 뒤져서 달걀 삶는 법을 보니 간단하다.
-냉장고에 있는 달걀은 삶기 전에 미리 꺼내놓는다. 갑자기 열이 가해지면 깨질 우려가 있다. -냄비에 달걀을 넣고 달걀이 잠길만큼 찬물을 붓는다. -소금 1큰술, 식초1큰술을 넣는다. 소금은 달걀 껍질을 단단하게 해줘서 깨지지 않게 해주고, 식초는 달걀이 깨지더라도 굳게 만들어준다. -중불로 달걀을 삶는다. 강한 열이 가해지면 깨질 우려가 있다. 그리고 노른자가 가운데로 오길 원한다면 물이 미지근해질때부터 5분 정도 굴려준다. -중불에서 10분 정도 삶으면 반숙, 20분 정도 삶으면 완숙이 된다. -다 삶은 달걀은 찬물에 식혀둔다.
2. 떡볶이 양념 만들기 떡볶이에서 중요한 것은 역시 양념이다. 양념의 맛은 물, 고추장, 설탕의 비율이다.
-물은 나중에 졸여야 하기 때문에 조금 많이 넣는다. 정확히 얼만큼 넣어야 할지는 모르겠다. -고추장과 설탕을 넣는데 비율은 1:0.7 정도가 좋다. 이것도 물의 양에 따라 달라지니 패스. -이것 또한 중불로 끓인다. 강한 불로 하면 탈 우려가 있다. -맛을 보고 어느 정도 간이 되었으면 떡을 넣고 졸인다. 떡이 조금 익었다 싶으면 달걀을 넣고 같이 졸인다. 이때도 중불을 유지한다. 주의할 점은 너무 오래 졸이면 떡이 딱딱해지니 적당히 졸여야 한다. -떡과 달걀이 익었으면 불을 끄고 접시에 담는다.
처음으로 만들어본 떡볶이
보는 거와 같이 먹을거라곤 떡과 달걀 뿐이다. 양이 적어보이지만 그릇 밑이 약간 파여 있어서 생각보다 많다.
과연 맛은? 까다롭지 않은 입맛이라 괜찮다. 하지만 파, 양배추, 당근 등 채소가 빠지니 아쉽다. 다들 떡볶이는 많이 먹어봤을테니 자신의 입맛에 맞게 만들면 된다.
개인적으로 닭고기를 참 좋아한다. 치킨, 백숙, 삼계탕, 닭볶음탕, 닭강정 등 맛있는 음식들이 많이 있다. 대학에 와서는 닭갈비, 찜닭, 불닭 등 많은 닭요리들이 유행처럼 생겨났다 사라져갔다.
수 많은 닭요리들을 즐겨 먹었지만 그 중 잘 안먹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닭발이다.
살이 많고 발라 먹기도 쉬운 것을 선호하는 탓에 닭발은 매력적이지 않았다. 살도 별로 없고 닭발 들고 뜯으면서 먹기가 여간 번거로운게 아니었다.
지인 중 한명이 닭발을 맛있게 하는 곳이 있다고 하여 사람들과 함께 찾아갔다. 석촌호수 근처에 위치해 있고 5층 건물에 '닭발'이라는 간판이 있다고 해서 신기하기도 하고 닭발은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이곳에서 닭발을 접한 후 친한 사람에게 송파에 오면 닭발 먹자고 권하게 되었다.
미약한 사진과 글로나마 은성닭발의 매력을 소개하고자 한다.
은성닭발에 도착하면 5층 건물에 '은성닭발'이라는 큰 간판이 있고 석촌호수가 잘 보이는 곳에 있다. 건물 1, 2층에는 군산오징어라는 가게가 있는데 이곳도 꽤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아쉽게도 건물 사진을 찍지 못했다.
매운 닭발과 맵지 않은 반찬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가서 매운 맛이 약한 뼈있는 닭발을 시켰다. 반찬으로는 물에 씻은 묵은 김치, 단무지, 차가운 콩나물국이 나왔다. 닭발을 먹는데 소주가 빠질수 없으니 소주도 시켰다. 반찬의 특징을 살펴보면 고추가루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 것들로 되어 있다. 그리고 반찬들은 절대 빠지면 안될 것들이다. 그 이유는 닭발을 먹어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드디어 주문한 닭발이 나왔다.
매운 맛이 약한 닭발. 그러나 만만치 않다.
닭발을 먹을때 위생장갑은 필수
닭발을 먹을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닭발을 직접 뜯어서 먹을 것이다. 이렇게 먹게 되면 입술에 매운 맛이 남아서 더 맵게 되는데, 입술에 닿지 않으면 덜 맵게 먹을 수 있다. 어떻게 입술에 닿지 않고 닭발을 먹을 수 있겠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방법은 간단하다. 뼈를 발라 먹으면 된다. 어떻게 발라 먹으면 되는지 그 방법을 알아보자.
닭발 뼈 발라먹기
1. 닭발의 발가락 중 두번째 마디에 있는 뼈를 발라낸다. 발가락 중 큰 뼈라서 닭발을 들었을때 이 뼈를 기준으로 발가락이 구부러져있다. 구부러진 부분을 기준으로 앞쪽의 닭발가락을 닭발바닥쪽으로 살짝 밀면 뼈가 나오는데 그걸 제거하면 된다. 똑같은 방법으로 나머지 발가락의 뼈들도 제거한다.
2. 발가락 뼈를 다 제거했으면 닭발바닥이 하늘을 향하도록 뒤집는다. 그러면 닭발목뼈에 살이 두툼하게 붙어있는 곳이 있다. 이곳의 살을 살짝 들면 뼈와 분리가 되는데 그 틈으로 엄지손가락을 집어넣어서 닭발의 살을 돌려서 발라낸다. 그러면 살만 발라지게 되어서 먹기 쉽다. 먹다보면 닭발가락 앞쪽의 뼈가 씹히는데 잔뼈라서 씹어서 삼켜도 된다.
※말로 설명하려니 힘드네요. 동영상으로 찍었으면 쉽게 설명이 가능할텐데 아쉽네요.
닭발에는 계란찜!!
은성닭발에서 닭발을 먹으면 계란찜을 반드시 먹어 봐야한다. 다른 가게에 가면 계란찜은 서비스로 나오지만 이곳은 당당하게 메뉴에 포함되어 있고 서비스로 제공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의 계란찜은 보통의 계란찜과는 아주 다르다.
보통의 계란찜이라면 약간 푸석해 보여서 카스테라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곳의 계란찜은 아주 매끈해 보여서 순두부와 같은 느낌이다.
사진으로 확인해 보자.
보기에도 그렇듯 먹어보면 상당히 부드럽다. 닭발의 매운맛을 상쇄시키는 아주 훌륭한 안주다.
또 다른 에이스, 오돌뼈와 주먹밥
은성닭발에 닭발과 계란찜이라는 훌륭한 안주가 있지만 이 곳을 좋아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오돌뼈와 주먹밥 때문이다.
다른 곳에 비해 오돌뼈가 잘다. 오돌뼈의 뼈 씹는 맛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밋밋할 수도 있겠지만 오돌뼈 자체가 워낙 맛있다. 그리고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맛있게 먹을수 있다.
주먹밥은 오돌뼈와 같이 섞어서 먹으면 끝내주는 오돌뼈 주먹밥으로 탄생한다. 배불러도 계속먹게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오돌뼈 주먹밥 만들기
오돌뼈 반 접시를 주먹밥과 섞는다
맛있게 잘 섞는다. 숟가락으로 하면 밥이 으깨질 수 있다. 좀 뜨거우니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잘 섞은 주먹밥을 먹기 좋은 크기로 쥐어서 김이나 씻은 김치에 싸서 먹으면 된다. 김에 싸서 먹으면 고소한 맛이 나고, 씻은 묵은 김치에 싸서 먹으면 시원한 맛이 난다. 매운 닭발을 먹고 난 뒤라 씻은 묵은 김치가 더 맛있다.
완성작
김에 싸서 먹으면 더 고소하다
씻은 묵은 김치는 시원해서 더 맛있다
4명 기준으로 닭발 한접시, 오돌뼈 한접시, 주먹밥 1인분, 계란찜 한개를 시키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다른 메뉴도 있지만 아직 먹어보지 못해서 어떤지 잘 모르겠다.
가격은 뼈있는 닭발 한 접시 만원, 오돌뼈 한 접시 만원, 주먹밥 1인분 삼천원, 계란찜 오천원이다. 소주는 삼천원이다.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돈 아깝지 않게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은성닭발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이다. 석촌호수와 롯데월드가 인접해 있다. 사진을 좀 더 잘 찍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이야기는 본인의 건강검진-특히 내시경- 첫 경험을 쓴 것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경험하셨겠지만 아직 경험하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서 조금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에 직장에서 건강검진을 받게 되었다. 건강검진 때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한다기에 전날 금식하면 되겠구나 생각했다.
건강검진을 받을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건강검진 받기 5일 전에는 씨 있는 과일이나 채소(토마토, 딸기, 사과, 고추 등)을 먹으면 안되고, 건강검진 받기 전에 위와 장을 비워야 하기 때문에 병원에 와서 약을 받아가야 한단다. 자세한 이야기는 병원에 오면 해준단다.
건강검진 받기 이틀 전에 병원에 가서 약을 받고, 건강검진 전날 어떻게 해야 되는지 설명을 들었다. 건강검진 전날 저녁식사는 반드시 흰쌀로 만든 죽만 먹어야 하고 그것도 5시 전에 먹어야 한단다. 만약 못 먹으면 그냥 굶어야되니 잘 챙겨서 먹으라는 충고도 들었다. 받은 약은 건강검진 전날 밤과 당일 아침에 복용하고 화장실에 자주 들락날락 할테니 번거롭더라도 장을 깨끗이 비워야 한단다. 그리고 약 먹기 전에 반드시 대변을 콩알만큼 받아와야 한단다.
이야기를 들으니 뭐 별로 어려울게 없어 보였다. 밥 굶기는 종종 있어왔던터라 그닥 힘들것 같지 않았고 장을 깨끗이 비운다니 그저 즐거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건강검진 날을 기다렸다.
건강검진 준비 시작; 위와 장을 비워라!
드디어 건강검진 전날이 되었다. 예상했듯이 저녁식사는 죽은 커녕 물도 마시지 못했다. 점심에 먹었던 라면으로 다음날을 버텨야했다. 저녁 5시부터 약을 먹을때까지 물조차 마시지 않았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저녁 5시 이후부터 약 먹을때까지는 30분마다 머그컵 한잔의 물을 마셔야했다.
약간의 공복감으로 약을 복용할 시간이 되었다. 약은 물500ml에 약 1포를 타서 10분 주기로 다 마시는 것을 4번 반복해야 한다. 총 물 2L에 약 4포를 1시간 안에 먹는다.
<장 비울때 쓰는 약>
<한 시간안에 네 포를 먹어야 한다. 원래는 총 8포가 있다.>
<500ml 물통. 여기에다 약을 타서 마셔야 한다.>
처음에는 물 500ml 네번 마시는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총2L의 물을 한 시간안에 먹어야 했고, 그만큼의 약맛을 느껴야 했으며, 물통은 새것이라 플라스틱 냄새 또한 참아야만 했다. 총 2L의 약을 다 마시는 순간 나는 밑으로 나와야 할 것이 위로 나올것만 같은 고통을 참아야만 했다.
약의 효과도 뛰어나서 마시고 30분부터 배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약의 효과를 더 좋게 하기 위해서는 장에 자극을 줘야 하는데 걷기, 가볍기 뛰기, 계단오르내리기가 도움이 된단다. 어떻게든 불쾌한 포만감을 끝내기 위해 방에서 제자리 걷기와 제자리 뛰기를 거듭했다. 이날밤 12시가 넘어서야 배는 겨우 진정이 되었고 잠들 수 있었다.
다음날은 6시에 일어나서 다시 2L의 약을 먹는 걸로 시작해야 한다. 이 고통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다시 체험해야 한다니... 그 때는 몰랐다. 한번 체험한 고통을 다시 겪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결국 물 한통에 약을 타서 한 시간 안에 다 먹어야 한다>
건강검진 준비 12시간; 병원으로!!
아침 6시에 휴대폰 알람소리에 일어나 2L의 약을 먹었다. 어제 먹었던 약 때문에 아직 배가 더부룩했는데 그 상태에서 또 먹으려고 하니 이번엔 첫 500ml를 다 마시기도 버거웠다. 이제는 배가 불러서가 아니라 질려서 위로 나올뻔 했다.
일어나자마자 찬물 2L를 마시니 체온이 내려가는 것 같았다. 아직 여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더운 날씨였음에도 잠바를 입어야만 했다. 배에서의 신호는 어젯밤보다 더 격렬했다. 장을 짜내듯 계속해서 나오는데도 배는 여전히 더부룩한 상태였다. 몇 번의 화장실행을 반복한 결과 더 이상 장에서 나올것이 없게 되었다.
이제 건강검진 받을 준비는 다 끝났다. 11시30분에 건강검진을 받기로 해서 남는 시간동안 간만에 집안정리도 하면서 기다렸다. 병원에 갈 시간이 되었다. 11시 30분에 맞춰서 도착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체험이 시작되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청천벽력 같은 소릴 듣게 되었다. 내시경은 오후 2시에 시작한단다. 그말인 즉슨 2시간 30분 후에나 내시경을 한다는 것과 공복시간이 24시간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건강검진이라 내시경만 늦게 할 뿐이고 다른 검사는 그 전에 진행한단다. 탈의실에 가서 팬티를 제외하고 모든 옷을 벗고 갈아입을 옷으로 입고 슬리퍼로 갈아신었다.
첫번째는 신체검사였다. 키, 몸무게, 시력, 혈압 측정 등의 검사를 받았고, 약 받을때 받았던 문진표를 다시 체크했다. 별로 어려울게 없었다. 두번째는 피 검사와 소변 검사였다. 마렵지도 않은 소변을 -그것도 물을 마실수도 없었다- 보는 것이 조금 어려웠을뿐 무사히 넘어갔다. 세번째는 복부 초음파 검사였다. 여자 의사선생님 앞에서 볼록한 배를 내미는게 조금 창피했을뿐이었다. 네번째는 X-Ray 검사였다. 금방 끝났다. 이렇게 검사를 받고 나니 12시 30분 정도가 되었다. 점심시간이었다. 점심도 못먹고 2시까지 기다려야 했다. 대기실에서 TV보다가 책 보면서 2시가 되길 기다렸다.
건강검진 준비 21시간; 드디어 내시경을 경험하다!
2시가 되었다. 이제 내시경을 받아야할 시간이다. 일반내시경은 무료, 수면내시경은 유료라 일반내시경을 택했다. 그리고 일반내시경은 어떨지 경험해보고 싶었다. 목 속으로 넘어가는 일이 뭐 그리 큰 대수겠나 싶었다. 그리고 대장내시경은 관장약 넣을때의 느낌과 비슷할거라 생각했다.
내시경을 받기 전에 입안을 마취시키는 것과 이상한 액체를 마시고, 위경련을 방지하기 위해 진통제 주사 한대를 맞았다. 이제는 팬티까지 벗고 대장내시경을 받을 뒤가 뚫린 바지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옆으로 누워서 내시경 받을 준비를 하는데 진통제를 다시 한번 맞고 본격적인 내시경이 시작되었다.
검고 긴 호스 같은게 눈 앞에 보였다. 그 호스를 보는 순간 생긴건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지하철에서 파는 수도관 뚫는 관처럼 보이기도 했다. 입에다 무엇을 물리더니 본격적인 위내시경이 시작되었다. 약간 떨리지만 별일 있겠나 싶었다. 첫 5초 동안 그냥 들어가나 싶더니 목구멍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나는 헛구역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호스가 굵었다. 식도가 꽉차는 것 같았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목과 어깨에 힘을 빼라고 하지만 말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내 식도는 아직 호스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코로 숨 들이마시고 입으로는 그냥 '하아~하아~' 하면서 숨을 뱉으란다. 여기서 살길은 시키는대로 할뿐이었다. 어느 정도 적응되나 싶었는데 호스를 넣었다 뺐다할때 또 다시 헛구역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건강검진을 받는거긴 하지만 모르는 사람 앞에서 헛구역질을 한다는게 좀 민망했다. 그리고 다들 수면내시경 하는데 괜히 일반내시경 해서 고생하고 있는 모습이 딱하기도 했다. 짧지만 강렬한 고통으로 위내시경은 끝났다. 이제 대장내시경을 할 차례다.
대장내시경을 하기 위해 바지 뒤로 의사선생님께서 가셨고 나의 대장을 검사할 호스가 들어갔다. 위내시경에 비하면 별로 고통스러울게 없었다. 관장약 넣을때와 똑같은 느낌이었다. 위내시경의 강렬한 고통때문인지 대장으로 호스가 들어가는게 별로 고통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후 호스가 대장 구석구석으로 들어갈 때 고통이 시작되었다. 장 속이 꽉 찬 느낌, 바로 2L의 약을 먹었을때의 불쾌한 더부룩함이 시작되었다. 장에 자극을 줬는지 뭔가를 배설해야만 할것 같은 느낌이었다. 의사선생님께서는 가스를 보내도 된다고 했지만 내가 느끼기엔 가스 이상의 것이 나올것만 같았다. 내 장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없었는데도...
대장은 길어서인지 위내시경에 비해서 오랫동안 진행되었다. 정말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대장내시경이 끝나면서 뱃속에 있던 묵직한 것이 쑥 빠지는 느낌이라 좋았지만 대장은 가스로 가득차 있어서 여전히 더부룩했다. 진통제의 후유증으로 약간 어지러울수 있으니 다른 침대로 옮겨서 누웠다 가란다. 그리고 가스도 방출하라고 하는데 나오지 않았다. 배는 더부룩한데...
침대에서 조금 쉬고 내시경용 옷을 벗고 원래의 진찰복으로 갈아입었다. 이제 의사선생님과 면담하면 끝이니 원래 입고 왔던 옷으로 갈아입었다. 더부룩한 배를 이끌고 의사선생님과 면담을 했는데 별 이상은 없고 역류성 식도염이 조금 있단다. 술, 담배 피하고, 기름진 음식 피하고, 규칙적인 식생활을 하란다. 그리고 내시경하고 30분 있다가 물을 포함한 음식을 섭취하란다. 그리고 가능하면 부드러운 걸로.
건강검진이 끝난 후... 모든 건강검진을 끝내고 병원을 나섰다. 배는 더부룩하고 진통제 때문인지 정신이 멍했다. 그런데 날씨는 너무나도 화창했다.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빨리 옮겼다. 그런데... 왠일인지 지하철역에서는 'Black Sabbath'의 'She's gone'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보통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음악은 클래식인데 이곳은 헤비메탈 그룹의 아주 암울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나의 느낌을 대변하듯 아주 침울하게 들렸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편하게 갈아입고 화장실로 향했다. 대장내시경으로 가득차있던 가스를 방출하기 위해서였다. 가스가 얼마나 많이도 있었는지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약 먹고 화장실 갔던 만큼 갔다.
이번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한가지 교훈을 얻었다. 수면내시경은 괜히 존재하는게 아니었다. 그런 필요에 의해서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일반내시경을 했으니 수면내시경의 편리함을 느끼게 된 것이 나름의 성과라 생각한다. 군대에서 화생방 훈련을 통해 방독면의 필요성을 일깨우듯이...
비록 내시경이 힘든 과정이었지만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검사할 때는 너무 아팠지만 건강이 나빠지면 이보다 더한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다. 젊으니까 건강하다고 자만하지 말고 건강을 지켜나갈 수 있게 관리를 잘 하자.
끝으로 다음에 건강검진을 받게 되면 돈을 좀 더 주고서라도 수면내시경을 받아야겠다.
1. 남자의 본능
5호선 오금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건너편 좌석에는 동남아인 4명과 할아버지 1명, 아줌마 2명이 앉아있었다. 그렇게 북적이지도 않던 지하철... 올림픽공원역 쯤이었을까?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는데 175cm정도에 흰색 미니스커트를 입은 다리가 아주 날씬한 여성이 탔다. 순간 남성들의 모든 시선은 그 여성을 향했다. 물론 맞은편에 있던 동남아인과 할아버지까지도... 다들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천호역에서인가 마성의 여인은 하차하였고, 대부분의 남성들은 그 여성이 시야에서 벗어날때까지 눈을 뗄수 없었다. 그 여성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 남성들은 입가에 연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동남아인 4명은 자신들의 모국어로 뭔가 기분좋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 또한 뭔가 모를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같은 남자로서 나도 그 여성을 보지 않을수 없었지만 '남자의 본능'을 관찰하는게 더 재미있었다. 남자란 어쩔수 없는 것일까?
2. 여자의 막대사탕
8호선 천호역을 탔는데 맞은편에 한 여성이 막대사탕을 빨아먹고 있었다. 생김새는 얼핏 카라의 박규리를 닮았었다. 몇 정거장이 지나도록 그 여성은 막대사탕을 먹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러다가 가방에서 비닐 쪼가리를 꺼냈었다. 설마 먹던 사탕을...
예상대로 그 여성은 먹던 사탕을 막대사탕 비닐에 고이 씌우는 것이었다. '음... 좀 그러네. 그래도 자기가 먹는건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광경을 나만 보는게 아니었었다. 그 여성과 같은 자리에 앉아있던 한 남성이 정말 역겹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여성은 그러한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셀카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남자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여자의 행동...
p.s. 소소하지만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나랑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될때에 뭔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지고, 다른 감정을 느낄때는 다양한 생각을 알수도 있다. 빵 터지는 큰 웃음보다 별거 아닌 이런 소소한 웃음들이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것 같다.
끝으로 위의 에피소드에 언급된 사람들에게 불쾌하셨다면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해임 통보를 받은지 이튿날.
학교에서는 박수영 선생님의 출근을 막기 위해 초등학교 안에 경찰 병력을 투입했다.
존경하는 선생님과 부모님이 학교 안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여야만 하는 광경을 본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아이들에게 단 한번 밖에 없는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1년을 함께 했던 선생님과 추억을 남길 수 없게 되는건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지 않을까?